청화산 984m
위치: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문경시 농암면 -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 경계

코스:
의상저수지- 둑방 오른쪽길- 작은개울- 산사면 -능선 -암봉 -정상 -백두대간 -갓바위재 -조항산 -백두대간 -능선갈림길 -의상저수지 -입석리

조항산에서 본 청화산의 모습과 백두대간 길

산행:
청화산은 눌재에서 수그러들었던 백두대간의 기세가 다시 크게 떨치며 일어나 이후 조항산, 대야산, 장성봉, 희양산, 백화산을 솟구치게 하고 이어서 그 다음 산군인 조령산, 포암산등 쟁쟁한 산으로 대간의 바톤을 넘겨주는 중요한 산이다. 높이 또한 속리산 천황봉의 1057m에 버금가는 984m이다. 청화산은 대간의 다음봉우리인 조항산(951m)과 마주 보며 서있어서 함께 연결하면 백두대간의 한 축을 음미할 수 있고 두 산을 연결하는 아기자기한 능선산행을 즐길 수 있다. 속리산구간에서 온갖 재주와 멋을 부린 대간은 기운이 다했음인지 눌재에서는 380m까지 꺼진다. 그러나 청화산은 다시 일어나 멀리서 봐도 육중한 산괴로 위압감을 주며 그 능선은 길고 숲은 울창하다. 다가가면 심원한 계곡아래에는 푸른 저수지(의상저수지)가 자리잡고 있어서 청화산 푸른 숲 그림자가 물에 어리어있다.
산행기: 10월 28일 단풍선은 이제 바닥에 내려왔다. 상주시 화북면 입석리는 백악산으로 들어가는 산입구가 있는 마을이자 청화산, 조항산을 오르는 산행깃점이 되는 마을이다. 다리를 건너자 말자 왼쪽(동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시멘트 포장길이 나온다. 이쪽은 삼송리이다. 길은 나중엔 비포장으로 변하지만 의상저수지까지 연결된 도로이다. 차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라가면 왼쪽 개울가 저편에 노송숲이 보인다. 수령이 600년에 가깝다는 화북면 용송이다. 용송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면 마치 용이 굼틀거리며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듯한 엄청난 크기의 소나무다. 조금 가다가 둑방위로 올라서면 의상 저수지 푸른 물에 어린 조항산 줄기- 청화산 줄기가 보인다. 저수지 둑방을 지나 오른쪽 넓은 길로 들어가면 조그마한 계곡이 나온다.(저수지의 오른쪽에 있는 청화산 지능선으로 연결되는 코스로 사람이 많이 다니지는 않는 길이다) 물이 흐르기는 하나 아주 자그마한 계곡이다. 이 물을 물병에 담고 산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물이 나올 곳은 없는 능선산행이기 때문이다. 숲길은 처음엔 억새와 키작은 떡깔나무, 싸리나무길이지만 조금 올라가면 나무들의 키는 훌쩍 커지고 길은 반너덜지대로 변한다. 가을이 이미 무르익어 숲바닥은 단풍물든 낙엽에 덮여있다. 대개는 갈색이지만 중간엔 노란잎이나 붉게 물든 잎도 있어서 다채롭다. 조락의 가을이라지만 낙엽은 금년 한해의 역정이 정성스레 담긴 모든 나무들의 메모장들이다. 그리고 낙엽의 색깔이 어떠하든 거기엔 너무도 정갈한 해맑은 빛이 바탕컬러로 녹아있다. 길은 너덜지대와 낙엽 때문에 또렷하지가 않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능선 날등을 향해 올라가면 큰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올라가면 펑퍼짐한 능선이 나온다. 소나무도 더러 끼여있는 숲은 키큰 나무, 작은 나무 할 것 없이 단풍에 물들어 색깔이 다채롭다. 키큰 나무잎은 하늘을 쳐다보아야 보이지만 키작은 나무의 단풍은 숲의 중간쯤을 장식하고 있어서 당장 눈에 띄는 것은 키작은 나무들의 단풍이다. 경사는 급하지 않고 숲의 대기는 청정한데다 어둑한 숲의 허공 중간쯤에 밝은 빛깔로 물들어 바람에 한들거리는 활엽수들의 가지아래를 걸어가느라니 가을이란 계절을 왜 우수의 계절이라고 이름했는가 실감되어온다. 30분쯤 되자 능선봉에 이르고 정상이 보인다. 계곡을 거느린 정상은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이 묘사한 청화산의 모습 그대로다. "산의 높고 큼이 비록 속리산에 미치지 못하나 속리산같이 험준한 곳이 없다. 흙봉우리에 둘린 돌이 모두 수려하고, 살기가 적고 모양이 단정하고 평평하여, 수기가 흩어져 드러남을 가리지 않아 자못 복지라 하겠다"고 이중환은 청화산을 언급했다. 이중환을 청화산을 그리며 "뒤에 내외 선유동(대야산 선유동과 화양동 위쪽의 괴산 선유동)을 두고 앞에는 용유동에 임해있다. 앞뒤편의 경치가 지극히 좋음은 속리산보다 낫고..."라고도 했다. 사실 청화산에 올라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도장산에서 본 청화산의 모습때문이었다. 청화산은 도장산과 함께 이중환이 그토록 리얼하게 묘사했던 쌍용계곡을 만드는 산이다.
능선봉에서 보면 마루턱을 이룬 또하나의 능선봉 뒤에 정상은 반쯤 가려진채 서 있다. 정상은 아래로 급경사를 이루며 깊이 패인 계곡을 만들고 있고 그 급경사 사면에 위에서 보기 드문 단풍이 한창 제때라는 듯이 화사한 빛깔을 빛내고 있다. 정상에서 조항산으로 이어진 능선은 비교적 평탄하여 조항산까지 이번 산행코스에 넣기로 한 결정은 이 능선 봉우리에서였다.(나중에 후회했지만) 속리산은 장성처럼 서쪽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는데 화양동계곡위를 돌아온 922번도로가 송면에서부터는 거의 직선을 이루며 눌재를 넘고 있는 길 저쪽을 가로막아 선 속리산은 천황봉 -관음봉 -묘봉으로 가는 능선이 화려하다. 문장대에서 내려오는 백두대간은 뚜렷해 보이지는 않는다. 송면을 가로지르는 922번도로를 달리면 들판이 꽤 넓은 듯한 인상을 주는데 산위에서 보니 산곡평야는 두 줄기 산에 막혀 운신을 못할 정도로 좁아 보인다. 그것이 산과 들에서의 시각차인 모양이다.
마루턱을 이룬 급경사일대에 단풍이 요란한 것과 마루턱 뒤쪽으로 보이는 한쪽이 단애를 이루고 있는 봉우리며 산의 심장에 깊이 패인 골짜기여 풍요한 곡선을 보이는 정상의 모습은 하나의 산이 갖춰야할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대간꾼들에게 청화산이나 조항산은 능선봉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의 산을 등정할 때엔 그렇지 않다. 계곡도 있고 능선도 있고, 암릉도 있고 각양각색의 숲도 있고, 아늑한 오솔길도 있고 험준한 암릉길도 있고 계류도 있고 폭포도 있고 산아래 푸른 저수지가 있을 수도 있고... 등등 산은 분명히 하나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유기체인 것이다. 능선봉에서 10분 걸어올라가면 또하나의 능선봉이 나오고 암봉과 그 아래 급경사가 보이는데 오늘은 그 급경사에 고루 단풍이 들어 청화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보이고 있다. 마침 암봉(능선봉에서 보기엔 확연한 암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위로 하얀 고층운이 흘러가고 있어서 그림으로서는 그만이었다. 능선봉에서는 30분가까이 걸어야 암봉에 도착할 수 있다. 이 경삿길이 청화산을 통털어서 가장 가파른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암봉은 능선의 스카이라인을 크게 훼손(?)할 정도로 높이 솟은 봉우리는 아니지만 마루턱에 솟아있어서 청화산 자락을 형성하는 지세와 계곡 능선과 정상을 바라보기에 더없이 좋은 전망대가 되어 준다. 특히 능선아래쪽과 의상저수지, 그리고 계곡을 바라보기에는 적당한 전망대였다. 주위에 소나무도 있어서 여름엔 더위를 피하며 조망을 즐길 수도 있다.
이 암봉에서부터 능선은 준 암릉이 되고 두툼한 능선은 날씬한 날등으로 변하여 적어도 한쪽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단애 아래로 계곡이나 산사면이 내려다보이곤 한다. 청화산의 암릉지대에 도달한 것이다. 특별히 어려운 곳은 없지만 암릉은 암릉이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눌재와 속리산일대도 더욱 가까워진다. 암릉지대를 지나 급경사를 올라가면 정상아래 단애가 나타나고 위로 올라가 단애 위에 서면 속리산이 환히 바라다보인다. 조금더 올라가면 정상이다. 정상엔 바윗돌 몇 개가 엇물려 있는 좁은 곳이다. 속리산쪽으로 10m내려선 곳에 너럭 바위가 하나있다. 정상에서는 도장산이 훤히 보이고 무엇보다도 정상남쪽 빤히 내려다 보이는 분지의 포근한 지형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남쪽이 터진 이 산속분지가 바로 우복동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럴 수 없이 평온해 보인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우복동은 내서리 광정마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분지가 바로 우복동이다. 눈으로 보기에 벌써 그런 느낌을 주었다.
10월 하순이면 청화산일대의 백두대간은 이미 가을이 지나간 지 오래된 모습을 보인다. 대부분의 숲을 형성하는 주요나무인 신갈나무는 잎을 다 떨구고 있어서 대간종주시의 최상의 조망을 제공한다. 짙은 숲때문에 엉뚱한 능선으로 들어설 이유가 없어졌다. 주능선의 신갈나무는 중키의 나무로 수령 40년이하의 나무들인 듯하다. 큰 나무가 없다는 것은 그간 커다란 산불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가을이 지나간 능선의 신갈나무수피는 검은 회색으로 우중충한데 여기에 설화가 필 때 백색과 나무줄기의 컨트라스트는 볼만할 듯하다. 능선의 수림은 비교적 단순하여 신갈나무밖에 다른 나무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시루봉으로 흘러가는 능선의 사면 아래쪽으로 진한 단풍빛이 곱다. 조항산이 멀리 보인다. 시루봉과의 갈림길에서부터 본격적인 조항산길이 시작된다. 능선내리막을 가면 암릉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잦은 오르막 내리막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조망이나 산 재미는 사실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육중하고 호흡이 길던 산은 이제는 바트고 숨이 짧은 암릉과 암릉 사이로 난 길의 연속이다. 암릉 바위사이로 보이는 산골짜기며 단애끝에 선 소나무 가지아래로 이미 멀어지는 청화산 정상이나 시루봉을 바라볼 때 그 장대한 산들의 실루엣과 눈앞의 단풍물든 화려한 골짜기가 대조를 이루며 좋은 경관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2시 18분 정상에서 출발했는데도 1시간이 지나서야 암릉지대에 도착했고 갓바위재를 지날 무렵해서 2시간이 가까워져 마음이 조급해졌다. 쉴새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관을 제대로 바라볼 시간조차 없다. 그러나 또하나의 우복동처럼 보이는 조항산 자락 아래의 궁기리가 나타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궁기리는 높은 단애아래 평안한 산곡 분지에 펼쳐져 있다. 궁기리는 동네이름이 심상찮은 그대로 견훤이 궁터를 조성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이다. 조항산능선이 북쪽계절풍을 막아주고 남으로 열린 넓은 분지라 햇볕이 가득한 이 산곡에 궁궐이 들어서기에도 족할 만한 여유는 있지만 왜 견훤이 여기에다 궁궐을 세우려고 했던가? 전쟁에 패하자 우복동으로 들어와 삶을 부지코자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그러나 전설은 전설일 뿐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기는 힘들다. 그런데 눌재 넘어 화북면 속리산 자락에 견훤산성이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것이 전설이상일 가능성을 말해준다.

조항산은 가까워질수록 우람한 바위산의 자태를 드러낸다. 청화산과는 딴판인 산이다. 궁기리가 보이는 단애위에서 보면 조항산은 뭉특한 암봉아래는 산사면이 넓고 경사는 급경사에서 완경사로 바뀌면서 긴 산자락을 드리우며 궁기리로 이어지는 멋진 모양을 보인다. 멀리서 볼 때 2개의 암봉처럼 보이던 첫번째 암봉은 정상아래의 암릉이었는데 눈이 쌓였을 때는 위험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단애사이로 보이는 산곡풍경과 능선들의 단속적인 경관은 암릉경관의 한 핵심이 되어 산행의 묘미를 가중시켜준다.
조항산에 올라오니 시계는 5시가 다 돼간다. 조항산정상부 역시 터가 좁은 곳이다. 정상에서는 고모치고개가 내려다보이고 그 그뒤로 대야산이 보인다. 대야산으로 이어지는 둔덕산 능선까지의 야트막해진 능선 옆으로 2개의 광산이 하얗게 넓은 지역에서 바위를 깎아내고 있다. 저러다가 백두대간까지 파헤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느껴진다.

위의 코스의 장점:

1.산세가 장중하면서도 곳곳에 암릉이 있어 긴장을 풀어주지 않는다.
2.백두대간을 맛볼 수 있다. 능선 날등 아래로 보이는 전혀다른 두 지역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종주의 기분을 극적으로 만든다.
3.대체로 호젓하다.(평일등산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길을 보면 어느정도의 사람들이 다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단 백두대간능선길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종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4.소규모 산행팀으로 강도높게 횡단하기에 적당한 코스이다.
5.두 산이 대조적이다.
6.조항산에서 내려오는 능선 중간의 노송숲은 산행의 시원함을 마무리하는데 안성마춤이다.
7.다내려오면 푸른 호수가 눈을 더욱 시원하게 해준다.
8. 가을을 느끼면서 적당히 원거리인데다 호젓함을 만끽하려면 청화-조항코스는 적당한 코스이다.
산행지도

교통편: 청주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입석리행 버스 탑승. 입석리까지 하루 9회운행(입석리출발 6.30, 7.15, 8.30, 8.50, 10.40, 12.40 2.40 4.30, 6.15막차)
상주시출발 입석리행 하루 3회(입석리에서의 출발 7시. 오후 2.50. 오후 7시30분막차)
문화재와 볼거리:
입석리 옥양폭포, 삼송리 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