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제일봉 1010m
위치: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코스:
농산정-계곡-능선-암릉-남산제일봉-능선-치인리 (농산정코스는 현재 폐쇄되어있음, 청량사코스와 치인리코스 개방)
남산제일봉 화보

산행:
산행지도

남산제일봉을 오르면서 그 지역의 최대의 명산을 오름으로써 그 지역산을 마스터한 것처럼 느끼거나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야산은 이 지역 최대명산이자 전국 3대사찰의 하나인 해인사를 품고 있는 주산으로 주위를 압도하고 있는 산세나 규모며, 주봉으로부터 열리는 골짜기의 크기나 계류의 수량이나 어느 모로 보아도 이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산이다. 가야산국립공원이 가야산 없이 생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사진:남산제일봉의 회화적인 아름다움

그래서 가야산에 딸린 부속산쯤이야 언급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남산제일봉을 오른 오늘 이런 생각은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남산제일봉은 암릉의 화려함이나 다양한 암봉의 모양에서 가야산의 규모와 산세의 중후함을 앞질렀다. 아기자기하고 변화가 많은 암릉은 일견 도봉산 포대능선을 상기시킨다. 남산제일봉의 암릉길의 절반은 철사다리로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험하고 그만치 조망도 좋다.
남산제일봉을 오르는 길은 해인사 매표소 아래 1킬로미터 정도되는 거리에 있는 황산리에서 청량사로 올라가서 능선으로 접근하는 코스가 주로 이용된다. 해인사로 들어가는 길목인 매표소 바로 위쪽에 있는 농산정에서 계곡으로 들어가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폐쇄되어 있다. 이 길이 폐쇄된 이유를 알 수 없다. 이곳을 등산깃점으로 하면 남산제일봉을 오르기위해 이용하는 교통편으로 인해 해인사로 이어지는 동선에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유일지도 모른다.
고운이 노닐던 농산정의 운치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건만 홍류동계곡을 관통하는 도로로 인하여 물소리에 차소리가 끼여들어 옆사람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던 고운의 시를 무색하게 한다. 농산정이 있는 홍류동 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한 것은 들보를 끼운 듯 계곡을 엇비스듬히 가로지른 작은 암벽아래 깊은 소가 형성되고 그리로 폭류가 흘러들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홍류동 물줄기는 큰 바위와 바위협곡 사이로 흘러내리느라고 아우성이다. 그 물소리는 깊은 송림속에서 반향하여 농산정에 앉아있는 사람의 귀를 멍멍하게 한다.
이곳 홍류동의 경관이 뛰어난 것은 남산제일봉의 산자락이 계곡쪽으로 바싹 다가서서 더러는 깎아지른 단애를 이루고 농산정 부근처럼 더러는 산자락이 깊은 송림지대를 형성하여 숲그늘이 짙기 때문일 것이다. 가야산쪽 산록은 도로로 인해 상당부분이 훼손된 상태지만 곳곳에 기암이 돌출해있고 그 곳 역시 온통 짙은 송림을 이루어 홍류동계곡 길은 송림터널을 관통하여 올라가는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립공원매표소를 지나면 대형 일주문이 나온다. 일주문을 지나면 구비를 이룬 곳까지 밋밋하게 이어진 송림 울창한 능선이 보이는데 산길은 그 능선 뒤로 나 있다. 물소리가 요란한 폭류옆으로 정면, 측면 한칸 정도의 자그마한 정자가 나온다. 구름다리가 계곡을 가로지르고 있어서 농산정으로 가기는 어렵지 않다. 부근엔 차를 대놓을 수 있는 공간이 조금 있어서 안성마춤이다. 홍류동계곡에 놓인 다리 위에서 계곡의 위쪽과 아래쪽을 바라보는 경관은 홍류동의 운치를 완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포인트이다. 소나무 가지아래로 펼쳐지는 계곡 풍광은 영겁의 세월동안 물살에 씻기고 물때에 절어 거뭇해진 둥그런 바윗돌밭이며 하얗게 씻긴 계곡안의 작은 암반과 그 사이를 흐르는 청류, 물구비를 돌아갈 때 펼쳐지는 단애, 송림 그늘이 조화를 이루어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농산정 솔밭은 키큰 노송이 숲을 이루어 상쾌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사실 문화와 종교를 이야기하자면 해인사로 올라가야 하겠지만 가야산의 경치로 말하자면 홍류동계곡의 운치는 이 고장의 으뜸가는 경관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지나친다고 나무랄 일도 하니다. 송림과 계류, 암반과 폭포, 물소리와 송풍음이 한세대전 시인들이 가장 즐거이 읊었던 시제였음을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알리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해인사의 문화유산은 우리민족에게 더없이 귀중한 유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가야산의 자연이 그 보다 못한 것은 결코 아니다. 고운은 이곳에서 이렇게 읊었다.

돌사이 쏟는 물에 온 산이 부르짖어
곁의 사람 말 소리도 알아듣기 어려워라.
시비소리 귀에 들려올까 언제나 두려워
일부러 흐르는 물로 온 메를 둘러쌌다.

세상의 시비거리가 물소리로 인해 들리지 않게 됨을 다행스러워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위에 큰 집단시설지구가 있어서 아무래도 물도 옛물처럼 투명하게 맑지만은 않을 터이고 농산정 개울 바로옆으로 찻길이 열려 밤낮없이 세속의 음향이 들려오긴 하지만 고운의 자연에 몰입하려는 정신의 일단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찾아볼 길이 없어 안타깝다. 이곳 자치체인 합천군에서 1년에 한번이라도 고운의 시로 인구에 회자되는 상기한 시를 연상하면서 이곳 자연을 자유테마로 설정하고 시를 짓는 대회를 이곳에서 열어 경관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게 하고 그것을 시집으로 남긴다면 고운의 유지도 기리는 등 상당히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얼핏 떠오른다. 오로지 자연만을 테마로 해야 할 것이다.
농산정뒤의 밋밋한 산록을 올라가도 송림은 계속되고 금강송처럼 더러는 하늘높이 죽죽 뻗은 소나무도 있어서 발걸음마저 가벼워진다. 이곳 등산로는 넓어 길을 못찾을 염려는 없다. 계곡을 따라 솔밭길을 계속 올라가면 산죽밭사이로 길이 희미해지면서 계류를 건너게 되고 길은 반대편 산록에서 지그재그로 이어지는데 10분여 다박솔숲 속을 올라가면 능선 안부에 닿는다. 농산정에서 40여분 걸리는 지점이다. 오늘은 엊그제 남부산간지방에 내린 눈이 5센치미터쯤 길바닥을 덮고 있어서 길이 상당히 미끄럽다. 눈은 고도를 높일수록 점점 깊어져서 능선에 오르기 전엔 목짧은 신발을 목긴 등산화로 갈아 신어야 했다.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말목으로 하산길을 폐쇄한 지점에 닿는다. 이곳에 길안내 표지판이 서있다. 홍류동 1.5킬로미터, 청량사 1.3, 남산제일봉 2킬로미터이다. 큰길이 되어버린 송림속 능선길을 조금 올라가면 전망이 트이고 바위가 나타나며 바위사이로 걸쳐놓은 철사다리가 보인다. 눈이 녹아 질척거리기는 해도 헤쳐보면 엊그제까지 먼지길을 이루었던 메마른 바닥이 나타난다. 바위를 딛고 올라가거나 바위사이의 길이 미끄럽고 낭떠러지도 높아 아이젠까지 해야했다. 이번 겨울 들어 아이젠 하고 산행하기는 여기가 처음이다. 계단위로 올라서니 가야산 정상부분이 홍류동으로 뻗어내려온 능선안부뒤로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것이 마치 외국의 장대한 설산을 보는 것 같다. 홍류동계곡뿐만 아니라 가야산산록, 남산제일봉 산록은 소나무숲이 유난히 넓다. 낭떠러지도 아찔할 정도로 높아 신경이 쓰이지만 바위사면, 바위틈에 쌓인 눈과 날카로운 바위, 둥그런 바위, 소나무의 삼중주는 땀이 흐르는 수고와 숨가쁜 호흡을 진정시켜줄 마력을 지녔다.
1시 50분에 산행을 시작했는데 첫번째 계단을 올라서니 벌써 50분정도가 후딱 지나가 버린 것을 알았다. 초행길의 암릉산행에다 올라갈수록 눈까지 깊어지니 기치창검을 꽂아놓은 듯 역광으로 비치는 남산제일봉의 화려한 암릉은 걸리는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코스가 험난해보인다. 막연하게 5시반이면 해가 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일에 대비하여 헤드랜턴을 넣고 야간산행을 할 각오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진행속도가 너무 느리다. 무비카메라다, 스틸카메라다 해서 찍기는 하는데 찍는 것도 시늉만 내는 데도 걸릴 시간은 다 걸린다. 메모는 생각할 수도 없다. 시간이 한정없이 늦어질 것 같아서였다. 이 암릉은 정동향으로 봉우리라고 딱히 못박을 만큼 뚜렷하지는 않은 암릉 높은 곳에 서서 홍류동계곡 저쪽 가야산 남릉과 그 위로 솟은 가야산을 바라보는 조망은 가슴 툭 트이는 광대한 시계속에 웅대한 스케일로 다가온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남산 제일봉의 암릉이 볼만하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위들이 비죽비죽 솟아있는 암릉은 능선봉우리라고 할만한 봉우리가 대여섯개 정도는 되지만 자세히 보면 커다란 바위하나 또는 몇 개가 보이면 어엿이 봉우리가 될만도 해 봉우리가 몇개라고 헤아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계단을 오르고 좁은 바위사이로 빠져 나가고 아찔한 벼랑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미끄러운 바위사면 눈길을 빠져나가고 하다가 널찍한 암반에 소나무가 서있는 아름다운 전망대에 도착한다. 시계를 보니 3시 40분이다. 이곳까지 오는데 2시간가까이 걸린 셈이었다. 서쪽으로는 톱니처럼 날카로운 암릉이 그 나름의 선을 지그재그로 그리며 중첩되어 보이는 가운데 눈이 쌓여 회백색을 띤 능선봉들 가장 뒤쪽의 정상이라는 하나의 정점으로 향하여 올라가고 있는데 거대한 석탑같은 아련히 높은 정상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바위가 없는 순한 능선이라고 해도 눈속길을 걸어올라가자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터인데 이 능선은 절반은 철사다리의 연속이 아닌가. 어쨌거나 바위능선의 오묘한 굴곡이 춤추듯 정상으로 이어진 스카이라인을 보니 뭐 이런 곳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봉산 다락능선에서 포대능선을 거쳐 칼바위로 가는 기분이 드는 곳이 남산제일봉에서 느낀 소감이다. 도봉산과 다른 점은 바위의 절리가 도봉산보다는 미세하여 바위 생김새가 더 아기자기한 것이라고 할까. 전망대에서 남동쪽을 내려다 보니 아찔한 단애아래 송림속에 청량사가 보인다. 지금은 남산제일봉 산행코스의 제1접근로가 거기에 있다. 산길은 청량사 바로 아래에서 좌측 송림속길을 따라 올라오면 된다. 청량사 아래쪽에 국립공원매표소가 있고 그 조금 위쪽에 자그마한 주차장이 있어서 승용차로 접근하기는 쉽다. 이럴 경우 코스는 청량사-암릉-남산제1봉-매화산-청량사로 원점회귀산행이 가능하다.
이 전망대에서 정상쪽을 바라보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암봉이 눈길을 끈다. 미세한 절리로 생긴 바위틈이 마치 브러시의 터치를 연상시키는데 이 브러시는 끝이 하나로 모인다. 즉 촛불같은 형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무수한 절리가 하나의 끝에 모두인 것이다. 그밖에 생각할 수도 없는 하늘천정에 사다리가 걸쳐 있는게 보이는가 하면 초원에 토굴을 파고 파수를 서는 동물같은 바위가 매화산 능선에 서서 망을 보고 있기도 하다. 정상과 마주한 마지막 봉우리에서 정상을 바라보자 남산제일봉 정상은 마치 다면다층대형석탑같이 하늘을 떠받칠듯 치솟아 있다. 올라가는 길이 있을 성 싶지 않아 보인다. 정상 뒤쪽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정상에 내려와서 하산하는 길은 비교적 쉬워보인다. 별다른 바위나 암릉이 보이지 않았다. 그 능선에서 해가 진다고 해도 야간산행을 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긴 하지만 어려운 곳은 사다리가 놓여있어서 세미클라이밍을 시도해야 할 정도의 난코스도 없었다. 그런데 조금 떨어져서 보면 난공불락의 성채처럼 보인다. 정상은 해발 1010미터의 높이다. 농산정에서 출발한 지 3시간만에 도착한다. 사방이 낭떠러지로 되어 있는 정상은 바위틈 공터가 그런대로 넓어 많은 사람이 서 있을 수 있다. 가야산에서 두리봉을 거쳐 수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이고 두리봉에서 남서방향으로 가지친 능선이 깃대봉, 단지봉을 거쳐 남산제일봉으로 이어지는 것도 볼 수 있다. 하산길은 남동쪽으로 내려가는 바위사잇길로 들어서서 암봉아래로 북서방향으로 방향을 바꾼다음 능선을 올라가면 치인집단시설지구로 내려서는 능선이 나온다. 이 능선 갈림길에서 바라본 남산제일봉의 모습은 금관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금관봉이라고도 한다. 석양에 비친 정상은 바위 색깔마저 노란색을 띠어 금관과 닮았다. 내려가는 길은 비교적 평탄한데다 길도 넓어 암릉길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데도 미끄러울 뿐 별다른 난관은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능선봉(오봉산)으로 올라가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길은 계곡으로 빠지고 길도 넓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해가 길어져서 6시30분이 넘었는데도 길이 훤했다. 50분 정도만에 치인리의 해인사관광호텔에 당도하였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농산정까지 내려갈 수도 있었지만 야간산행을 하여 원점(농산정)으로 되돌아왔다.


사진:남산제1봉 남동쪽 기슭에 있는 청량사와 삼층석탑(보물), 대웅전안에 안치된 석불좌상도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교통편:거창 및 합천행 버스
숙박:치인종합시설지구내 산장 다수. 평일 15000원(1인), 된장찌개 6000원

문화재와 볼거리:
해인사, 청량사, 농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