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809m

월출산의 억새
산행지도
월출산의 빼어난 봉우리들

위치: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군서면 - 강진군 성전면
교통:고속버스 또는 열차로 광주에 도착. 광주-영암(오전 5시 - 오후 9시 30분 1시간정도 소요), 영암-천황사(시내버스운행 10분이내 도착)
숙박:영암읍 천황사 아래쪽 상가지역에 영암펜션(펜션: 영암군 영암읍 회문리 21번지) 061-473-8998 영암펜션홈페이지, 구암민박(민박: 영암군 영암읍 개신리 98-1) 061-473-2080 구암민박홈페이지, 황토기체험민박(민박: 영암군 ㅅ니북면 행정리 813) 061-471-3919, (0693-471-3734), 대동계사민박(민박 영암군 군서면 서구림리 297) 061-472-0174 대동계사민박 홈페이지, 만리장성민박(민박: 영암군 군서면 도갑리 179-5) 061-471-1842 만리장성민박 홈페이지

월출산은 전국을 통틀어서도 걸출한 암봉이다. 하나의 산으로서 산밖에서 보기엔 월출산 만큼 아름다운 산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암에서 바라본 월출산은 힘을 주제로 한 정교한 조각작품을 연상케 할 정도로 그 경관미는 완벽하다. 넓은 들판 한쪽에 높이 솟아 있기 때문이다. 월출산의 힘을 느껴보려면 영암에서 강진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서 가도 옆에서 바라보라. 겹겹이 일어서는 암봉들은 천황봉을 정점으로 한 삼각형 암봉들로 중첩되고 있어서 패턴으로서 삼각형을 수단으로 하여 산그림을 그려온 원로화가 유영국의 산그림을 상기시켜 준다.
월출산의 생그림(실제화)앞에 서면 누구나 엄청난 충격에 사로잡힐 것이다. 물론 이런 충격은 산악미를 줄곳 음미해온 사람에게만이 주어지는 충격일 것이다. 월출산 산행은 이 다이내믹한 매스(mass)에 압도당한 뒤에라야만 올라가야 제맛이 난다. 높이는 809미터로 높은 산에 속한다고 할 수 없지만 월출산은 해발이 낮은 들판에 돌올하게 용립하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높이로 다가온다.
산행코스는 맨맨저 영암에서 가까운 천황사에서 시작, 바람폭포- 고개- 천황봉- 구정봉- 향로봉- 도갑사로 가는 코스가 있고 13번도로를 따라 불티재를 넘어 강진군 작천면 월남리에서 계곡으로 들어가 금릉 경포대를 통과하고 천황봉 아래 고개에 이른 뒤 천왕봉을 올랐다가 영암 나주 일대의 광활한 들판과 멀리 장흥군 천관산을 바라본 뒤 남서쪽능선길인 구정봉-향로봉-갈대밭에서 도갑사로 가거나 지금은 길이 희미한 무위사로 빠지든지 하는 것이 대표적인 코스이다.
이 길들은 기묘한 암봉, 거대한 암벽, 깎아지른 단애, 길가에 늘어선 암봉들의 퍼레이드들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적어도 5시간이상의 산행시간을 잡는 것이 좋다. 월출산에 와서 시간 게임을 하려고 하면 무리가 생긴다. 특히 천황봉을 올라가는 길과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구정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위험한 급경사도 있으므로 차분한 마음으로 산행할 각오를 해야한다. 월출산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조망을 즐기자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상아래 주능선에서 바람골을 내려다보는 풍경은 압도적이다. 억센 급경사 암릉이 깊은 골짜기를 만들어 보기에도 시원하며 멀리 아래쪽 골짜기에 걸린 구름다리가 아스름하다. 정상에서는 나주평야를 흐르는 젖줄 영산강의 흐름이 풍요해보이고 강너머 먼 남서쪽으로는 목포가 보인다. 안부로 내려가 구정봉으로 가는 길은 암봉들이 숲처럼 서있는 사이로 감돌아 가는 길이며 바위사이로 문득문득 나타나는 골과 능선이 어느 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암봉미, 봉만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구정봉에는 지름 1미터가 넘는 둥그런 홈이 패여져 사철 물이 담겨있는 샘이 있다. 월출산에는 국보 해탈문으로 유명한 도선의 전설이 깃든 도갑사, 부석사 무량수전, 봉정암 대웅전과 함께 우리나라 3대건축물의 하나라는 무위사의 극락보전(국보)등 유명한 절이 있고 구정봉 아래쪽에는 역시 국보인 마애불이 있다. 월출산은 월출산 국립공원에 속해있으며 영암군과 강진군일부를 공원영역으로 하고 있다.


산행기: 월출산

영암쪽에서 본 월출산은 초대형 조형물처럼 다이내믹한 미봉이다. 영암이라는 고을이 월출산을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고 힘이 용솟음치는 듯이 느껴지는 각도와 장소에 위치하고 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옛날 이곳에 살곳을 마련한 최초의 입주자가 산을 보고 집을 지었을 거라는 느낌부터온다. 촌락은 그 집을 중심으로 확장되었을 듯하다. 영암(월출산)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월출산의 가장 적절한 조망처는 바로 영암(읍)이다. 월출산을 영암쪽에서 보면 산악미의 한 절정을 음미할 수 있다.

초대형 조형물 :
영암읍내서 월출산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나오기 전에 13번도로에서 바라보면 들판 건너 월출산은 삼각형 암봉들이 겹치는 희한한 구도를 보인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높이 8, 90 미터 정도 밖에 안되는 삼각형의 암봉이 솟아 있고 (이 봉우리의 정상부는 조금 밋밋하다) 그 작은 봉우리 뒷편 오른쪽에 두번째 암봉이 솟아있다. 봉우리는 삼각형의 거대한 암봉이다. 두 개의 골이 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정상옆으로 통한 깊은 계곡과 연해 있다. 제1봉(맨처음 설명한 봉우리)과 제2봉(두번째 설명한 봉우리) 뒤편 그러니까 일봉과 이봉의 중간쯤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치우쳐 세번째 삼각암봉이 솟아 있는데 제3봉은 몇 개의 작은 형제봉을 거느리고 있고 3봉 위쪽에 안부를 사이에 두고 큰형격인 높은 봉우리가 또하나 있다. 이 3봉과 안부로 이어진 4봉 사이에 천황봉이 높직이 웅거하고 있다. 이 삼각형들의 점층적 중첩이라는 기막힌 구도 위에 천황봉이 자리잡은 것까지 포함하여 하늘을 찌를 듯한 힘의 한 전형으로 다가오는 월출산의 강한 인상을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천황봉에서 내려오는 암릉선은 정상부근에서 두어번 굴곡이 지는데 3봉의 높이 아래(실제로는 더 높은 봉우리일 것이다)쪽으로 내려오면서 3회 깊은 요철을 보이다가 한 번 붓끝처럼 치솟고는 다시 내려와서 더 신명나게 높직 이 하늘을 찔러 본 뒤 단애를 이루다가 낮은 능선에서 다시 암릉을 형성하 는데 이 부분에 숲이 우거졌다. 이 암능이 앞의 능선과 암봉을 껴안듯이 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3봉을 장군봉이라고 하는 것은 그 역동적인 모양새가 당당한 장군의 모습을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영암에서 보면 3봉옆의 골짜기가 더욱 깊어 보이며 골짜기와 3봉의 암릉이 만드는 협곡은 보는 사람의 뇌리에 월출산의 다이내믹한 인상을 각인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이 협곡은 금릉 경포대에서 주릉 안부에 와서 오른편으로 이어 와서 내려다 보면 현깃증이 날 듯 아득해지는 바로 그 계곡 즉 바람골이다. 까마득한 아래쪽 능선에 구름다리가 걸려 있고 그 아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협곡이 되어 있는 곳이다. 13번 도로에서 본 월출산. 영암의 이 도로에서 산을 본 사람은 월출산의 그 강열한 인상을 잊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영암쪽에서 올라가면 천황사-시루봉-구름다리-매봉-연실봉-사자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을 지나 천황봉에서 동남방향인 불티재로 뻗어나가는 주릉으로 오를 수 있다. 암봉과 암릉은 월출산의 기본적인 매력이다.

간간이 보이는 동백나무 숲 :
이번 산행 출발지는 강진쪽인 금릉경포대 계곡이다. 계곡으로 들어서기전에도 멀리 보이는 천황봉과 천황봉에서 구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철옹성처럼 보여 오늘안에 산행을 끝낼 수 있을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경포대계곡길은 비교적 평탄하다. 주위에 소나무, 삼나무, 편백나무등이 혼합림을 이루며 우거지고 있는데다가 동백나무도 심심치 않게 작은 숲을 이루고 있어서 주위능선이 안보일 정도이다. 이곳의 숲은 처음엔 소나무가 많았으나 차츰 삼나무와 편백나무며 활엽수가 많아졌고 골짜기로 들어오면서 동백나무도 많이 보였다. 계곡길에서는 거의 부근 능선의 암봉이 안보이지만 숲사이로 윤곽만은 보일 때도 있다. 조금더 걸어올라오면 약수터가 있고 경포대와 천왕봉 갈림길이 나타난다.여기서 경포대까지는 2킬로, 천황봉까지는 0.9킬로이다. 경포대쪽은 예의 창날 같은 바위를 시작으로 정상쪽으로 몇 개의 바위가 차례로 서 있으며 형상은 각양각색이다. 계곡은 길이가 2킬로 남짓밖에 안되어 여름 철이 아니면 물소리를 듣기가 어려울 듯하다. 동백나무는 계곡중간부분에 더욱 많이 보였다. 선운사의 동백숲보다는 연륜이 짧은 것들이지만 여름철엔 칙칙할 정도로 검은 숲그늘을 만들어 줄 것 같다. 입구에서 금릉경포대계곡으로 1시간 20분쯤 걸어들어오면 숲이 엷어지면서 오른쪽으로 칼날처럼 하늘을 찌르고 있는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양자봉인 듯하다. 이때부터 무위사로 내려오면서 본 월출산 남쪽의 침봉능선에 이르기까지 산행시간중 내내 골산의 바위에 시달(?)렸다. 숲속을 지나가는 일이라고는 없고 그늘이라고는 침봉 그늘밖에 없는 순암봉과 암릉의 연속, 어디로 보나 바위의 천지였다. 금릉경포대 계곡중간부에서 능선을 향하여 올라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른 편이다. 첨봉 뒤로 아침 햇살이 비쳐온다. 빛무리가 사방으로 비산한다. 봉우리아래 흐드러지게 물든 붉은 단풍에도 예리한 아침햇살이 투사된다. 조금 더 올라가면 약수터란 표지판과 해발 높이를 적은 말목이 있으나 96년 가을은 너무 가물어 물을 마시기가 쉽지 않다. 이 약수터를 믿고 물을 준비해오지 않았다면 낭패를 보기 쉽상이다.

약수터와 산죽숲 :
약수터 조금 위에 산죽나무숲이 있다. 서울부근의 산들을 주로 다닌 탓이어선지 이곳처럼 큰(거의 2미터가 넘는 것이어서 사실상 대밭이나 다름없었다)산죽을 본 적이 없다. 울창한 푸른 산죽 숲은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해 몇 미터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기 어려울 정도다. 남도인 이곳 기온이 사시사철 산죽의 성장에 적합한게 산죽이 무성한 이유일 것이다. 산죽이라면 대야산 계곡에 서 내키(1미터 65)를 살짝 넘기는 산죽을 본 게 고작이다. 대개의 산죽은 무릎정도 아니면 허리에 오는 키여서 가랑비만 내려도 옷을 젖게 만드는 여름철의 흉물로 여기고 있었는데 이곳 산죽밭은 대나무밭의 축소판이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지경으로 울창한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산죽은 분명히 대나무는 아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커도 대나무줄기와는 비교도 되지않는 기껏해야 지름 1센치도 채 안되는 두께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천황봉으로 올라가는 주릉에 도착한다. 1시간 50분만이다. 오른쪽 능선봉에 올라가 천왕봉과 동쪽능선을 조망한다. 과연 명불허전이다. 천황봉은 겹겹이 둘러린 바위갑옷처럼 엄숙하게 무장한 장군을 연상시킨다. 불티재로 뻗어내려가는 동쪽능선암 봉들이 기암을 이룬 채 역광을 받고 실루엣으로 보인다. 바람골이 보이고 장군봉도 보인다. 침봉들 아래 연실봉-구름다리 쪽으로 가는 길이 있다. 그쪽은 노약자가 가기 어려운 코스라는 경고판이 붙어 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세 번째 봉우리는 마치 커다란 병아리가 앉아있는 형국이다. 싸리단풍 너머로 보이는 능선에는 다른 침봉들도 보인다. 천황봉에서 영암읍내가 보이는 능선도 볼만하다.
월요일 아침 9시인데도 울긋불긋한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을 이어 올라오고 있다. 이 능선도 침봉과 천길단애를 동반한 아름다운 봉우리들의 연속인데 길은 암봉을 우회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다. 안부는 높이 약 600미터 되는 곳이다. 영암쪽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며 도갑사-구정봉을 거쳐온 사람들이 금릉경포대나 영암의 구름다리방면으로 내려가는 사람들과 만나는 곳이라 언제나 사람이 많은 능선이다. 이 안부에서 천황봉까지는 25분쯤 걸린다. 급경사여서 군데군데 로프가 매달렸다. 최근에는 코스의 세굴을 막기위해 서까래크기의 가는 통나무를 썰어 계단을 만들고 있다. 천황봉엔 안부에서 25분이 걸렸다. 천황봉으로 가는 길에서 내려다 보는 경관은 암봉미와 봉만미의 극치를 이룬다. 통천문은 문자그대로 천황봉으로 들어가는 돌문이다. 이 문을 통과해야 하늘로 통하는 것이다. 정상에 서면 바람골과 그 주변의 거대한 깎아지른 암벽과 암봉이 보이고 양자봉으로 이어지는 멋진 암릉이 조망된다. 구정봉과 향로봉이 서쪽에서 다가 오고 북서쪽으로 보제암골과 그 옆 안개골이 구불구불 사행하며 보이지않는 계곡 입구로 뻗어내려가고 있다. 월출산은 들판에서 솟아있는 산이다. 노랗게 물든 황금 들판이 3방향을 에워싸고 있다. 북서쪽으로 들판 건너 멀리 영산강이 푸르게 보인다. 영암에서 흘러가는 영암천은 영산강과 합류하기전에 엄청나게 넓어진다. 정서쪽 멀리 목포시가지가 아른아른 보인다. 영암읍은 발아래 있다. 북으로 뻗은 보제암골의 단풍이 아름답다. 골짜기 양쪽 산록은 높지않고 군데군데 바위가 있어서 그 사이에 물든 붉은 단풍은 한결 멋스러워 보인다. 안개골에도 걸출한 암봉은 보이지 않으나 군데군데 박혀 있는 거석사이로 아직은 푸른 초목류며 회색바위색깔과 어울려 붉은 단풍이 고운 아름다운 무늬를 짜고 있다. 경포대계곡 아래 월남 저수지의 수면이 기울어진 햇살에 반짝이고 있고 그 뒤로 육지안으로 깊숙이 패어든 강진만이 남녘의 따뜻한 햇빛속에서 희게 빛나고 있다. 동남쪽을 보면 덩치큰 암봉의 급준한 능선 아래쪽에 걸려있다. 그 뒤로 사자 저수지의 물이 파랗게 보인다. 영암쪽 능선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은 능선이다. 영암북쪽 영산강변까지 들판은 넓다. 군데군데 낮은 언덕에 푸른 숲이 우거진 동산이 황금의 벌판 속에 푸른 섬처럼 떠있다.

바위숲의 경관 :
월출산은 정상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동쪽이 암봉이건 계곡이건 우악스럽고 거대한 느낌을 준다면 서쪽은 암봉도 계곡도 규모가 작고 순해 보인다. 암봉과 암봉은 서로 이어지지 않고 단발성이다. 월출산 정상에서 보면 한쪽은 강진만, 한쪽은 영산강이라 월출산-두륜산-토말까지가 마치 반도처럼 보인다. 천황봉에서 볼 때 황제의 위세에 눌렸음인지 동쪽 암봉군에 비해 평범해보이던 천황봉 서쪽의 암봉들은 해발 100미터쯤 내려오자 기세등등해지기 시작하더니 서슬을 곤두세운다. 숲을 위에서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숲속길을 가면 나무가 다양하듯이 위에서 볼 땐 단순해져 보이던 암릉들이 내려오자 바위숲으로 변한다. 거암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면 도시에 처음 온 시골 아이처럼 볼거리가 많다. 암봉들 사이로 보이는 산록이며 타 암봉들과 계곡은 그냥 내려다보는 경관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간혹 엄청난 규모의 독암(독바위)들이 길가에 서 있곤 한다. 암봉과 암릉이 빚어내는 이 다양한 조화에 정신을 뺏기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된다. 그러나 산행에서는 경관을 바라보는 행위를 생략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산행의 의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구정봉과 천황봉의 중간쯤 와서 다리를 쉬면서 천황봉을 바라보면 천황봉은 동쪽 능선에서 보았을 때와 꼭같이 의연하고 당당해보인다. 인상이 전혀 달라지지않는다. 구정봉은 다소곳하다. 오늘은 하얀 권운이 빗겨가는 맑고 푸른 날씨인 대신 바람이 강해 계곡, 능선에서 스산한 바람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이다. 바람은 남동풍인데도 훈훈한 구석이 없다. 구정봉 아래에는 입을 벌린 베틀굴 (암굴)이 있다. 굴 깊이 10미터. 굴속엔 항상 물이 괴어 있어 음혈이라고도 한다. 이 굴은 천왕봉 쪽의 남근석을 바라보고 있어 월출산의 비경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정봉에는 지름 2미터, 깊이 30센티 정도 되는 원형의 우물이 있다. 구정봉은 이런 우물이 9개 있다는 데서 생긴 이름이다. 구정봉을 옆에서 보면 마치 만장봉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구정봉으로 올라가기전에 말안장같은 안부는 바람재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람이 심했다. 안부 양쪽 산록엔 억새밭의 하얀 억새꽃들이 강풍이 불면 땅에 누웠다가 일어서곤 였는데 북쪽산록의 억새는 안개골을 배경으로 환상적으로 흔들렸고 남쪽산록엔 바람에 날리는 억새꽃이 역광에 반짝였다. 구정봉에서 가까운 암릉 아래엔 용암사지가 있고 이곳 암벽엔 안정감과 장중함에서 여래좌상중 으뜸 간다고 하는 20미터 높이의 용암사지 마애불이 있다. 향로봉은 구정봉옆 봉우리이다. 멀리서 보면 향로처럼 생겼다. 길은 향로봉 아래로 나있다. 향로봉은 올라가기가 까다로워 그냥 지나간다.
향로봉을 넘으면 도갑사나 무위사쪽 내리막 길이 되는데 동북쪽으로는 향로봉에서 큰 골쪽으로 뻗어있는 또하나의 암릉이 보인다. 월출산에서 능선이면 그것은 암릉을 말한다. 향로봉에서 경포대를 사이에 두고 월남사지 쪽으로 뻗어내리는 능선도 그러했다. 향로봉에서 억새밭까지는 산복을 관통하는 코스로서 조망은 큰골을 안고 뻗어내리는 암릉을 보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그것이 월출산의 암릉이다 보니 여느 빼어난 산의 암릉보다 훨씬 수려하고 오밀조밀하다. 억새밭은 월출산이 바위로 뽐내던 자세를 버리고 밋밋한 육산의 흙으로 돌아온 곳이다. 완만한 능선과 능선사면엔 억새가 우거져 강풍에 파도를 일렁이고 있다. 영화 사운드 어브 뮤직의 첫 장면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억새밭 장관이 성전면 백운동으로 빠지는 긴 계곡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져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강풍이 불 때마다 능선전체가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암릉과 암봉은 고정된 것이다. 이제 겨우 움직이고 있는 것이 우리를 맞이한 것이다. 바람재에도 억새밭은 있었지만 고개 이름에 반드시 억새밭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는 이곳에 비할바가 아니다. 요즘엔 억새옆에 산죽마저 번성하여 멀리서 보면 강풍이 불 때마다 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기까지 한다. 이 미왕재 고개에서 도갑사로 내려가거나 무위사로 내려갈 수 있다. 대부분의 등산객은 도갑사로 내려간다. 표지말목을 보면 무위사길도 표시되어 있다. 누구나 하산코스로 잡는 도갑사길이 장바닥길이나 다름없다면 국보 제13호인 무위사 극락보전을 보거나 무위사일대의 호젓한 맛은 산사의 적료를 뼈속깊이 만끽할 수 있는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수수하면서도 품위있는 절 무위사의 가을은 쓸쓸하기까지 했으며 절앞 큰길에는 나락을 널어놓아 사람들은 샛길로 절안으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억새밭에서의 표지판대로라면 제대로 길이 나 있어야 하는데도 우선 표지말목에서 조금 내려가면 녹슨 철조망이 나타나서 이곳이 정말 하산길인가 곤혹스러워진다.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아 가지들이 웃자라 갈길을 방해하기도 한다. 무위사경내로 들어오기전 이번엔 등산로 아님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어 사람을 더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러나 국립공원측의 안내를 따른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교통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강진에서 무위사까지 오는 버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정상에서 구정봉으로 가는 길옆의 한 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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