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서석대, 광주의 혼이 깃든 바위의 신성함

하늘과 맞닿은 돌의 궁전, 서석대의 위용

광주를 상징하는 무등산의 정상에는 하늘을 찌를 듯 솟은 거대한 바위 군락, 바로 ‘서석대(瑞石臺)’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지질학적 명소가 아니라,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대지의 기억이자 광주 시민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정신적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석대의 바위들은 멀리서 보면 마치 하늘에 닿으려는 신전의 기둥처럼 우뚝 서 있으며, 가까이 다가서면 자연이 쌓아올린 조각 예술의 결정체로 다가옵니다. 이 웅장한 바위들은 마치 ‘하늘과 인간을 잇는 다리’처럼 느껴지는데, 그래서일까요? 예로부터 이곳은 신성한 기운이 깃든 장소로 여겨졌습니다. 바위 틈새에 피어난 잡초 하나조차 쉽게 밟히지 않도록 하는 사람들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에서, 우리는 무등산이 단순한 산이 아닌 ‘광주의 혼’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석대의 바위들은 약 8천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로, 자연의 조형미가 극대화된 모습으로 오늘날까지 남아 있습니다. 그 형태가 너무나 장엄하고 질서정연하여 ‘신이 쌓은 돌탑’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곳. 그래서일까요, 많은 이들이 서석대에 오르면 저절로 고개를 숙이고 묵상에 잠깁니다. ‘무등(無等)’이란 이름 그대로,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함을 품은 산. 서석대는 바로 그 무등의 이름을 완성하는 정점이자, 광주라는 도시의 자존심이자 신앙의 대상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광주의 정신, 서석대에서 솟아나다

광주는 오랜 세월 동안 ‘정의’와 ‘의로움’을 상징하는 도시로 불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정신의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 보면, 그 중심에는 언제나 무등산이 서 있습니다. 광주의 사람들은 고난의 시기마다 무등산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고, 서석대의 바위처럼 굳건히 서 있으려 애써왔습니다. 특히 1980년 5월의 기억은, 이 산의 이름과 더불어 깊은 상징성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자유와 민주를 향한 시민들의 의지가 불타오를 때, 무등산은 그 함성을 고요히 받아 안으며 그들의 용기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래서 광주 사람들은 서석대를 단순한 풍경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치 도시 전체를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공동체의 상처와 회복을 모두 품은 ‘산의 영혼’입니다.

서석대의 단단한 바위는 ‘흔들리지 않는 진심’의 상징으로, 광주 정신의 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그 자리를 지키는 바위처럼, 광주의 사람들도 정의를 향한 신념을 꺾지 않았지요. 그래서 서석대에 오르는 일은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는 ‘의식’과도 같습니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세상을 향한 분노를 씻고, 누군가는 희망을 되찾습니다. 그렇게 무등산의 바람은 광주의 사람들에게 늘 새롭게 말을 겁니다. “다시 일어서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라.” 이처럼 서석대는 자연의 산물이자, 인간 정신의 불굴함을 상징하는 살아 있는 성소입니다.

전통과 신앙, 그리고 예술이 만나는 자리

무등산과 서석대는 오랜 세월 동안 민속신앙과 예술, 그리고 생활문화 속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고대에는 산신제나 천제(天祭)를 올리는 제단으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지금도 매년 무등산에서는 하늘에 제를 올리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려는 염원의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등산의 신성함은 민속을 넘어 예술의 세계에서도 강렬히 빛납니다. 수많은 시인과 화가들이 서석대를 소재로 삼았고, 그 장엄한 바위의 형태와 빛의 흐름을 통해 ‘영혼의 자유’를 표현했습니다.

광주 근현대 미술의 중심에 서 있는 예술가들도 무등산의 정신을 작품 속에 담았습니다. 국립광주박물관이나 광주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여러 작품들 속에서도, 서석대의 실루엣이 상징처럼 등장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풍경이 아니라, ‘광주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아이콘입니다. 또한 서석대는 계절마다 다른 얼굴로 변합니다. 봄에는 연분홍 철쭉이 바위를 감싸며 부드러운 기운을 더하고, 여름에는 푸르른 생명력으로 산 전체를 물들입니다. 가을의 황금빛 노을은 바위에 붉은 불꽃처럼 번져, 마치 산이 스스로 숨 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요. 그리고 겨울이 오면, 바람에 쓸려온 눈이 바위 틈마다 쌓이며 순백의 궁전을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서석대는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영혼의 무대’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서석대, 시민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

오늘날 서석대는 광주시민에게 단순한 관광명소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주말이면 가족과 연인이 함께 오르고, 청년들은 도시의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바위 위에 앉아 도시를 내려다봅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풍경은 단순한 전경이 아니라, ‘자신의 뿌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장면입니다. 광주는 늘 변화하는 도시이지만, 무등산과 서석대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동시에 나아갈 용기를 주지요.

또한 무등산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어,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는 과학적 가치보다 더 깊은 곳에 있습니다. 서석대는 광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우리의 마음이 닮고 싶은 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견디되 부드럽게, 굳세되 따뜻하게. 이런 모순된 조화를 품은 바위의 정신이 바로 광주의 정신 아닐까요? 무등산을 찾는 이들은 그 거대한 침묵 속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서석대는 더 이상 돌덩이가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로 다가옵니다.

맺음말: 서석대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

무등산 서석대는 단지 광주를 대표하는 명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 공동체의 신념,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가 하나로 녹아든 ‘정신의 산’입니다. 서석대의 바위 하나하나에는 세월의 흔적이 새겨져 있고, 그 균열마다 수많은 사람의 발자취가 스며 있습니다. 광주의 사람들은 그 바위를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보고, 앞으로의 길을 생각합니다.

서석대는 묵묵히 말합니다. “흔들리지 마라. 너는 이미 충분히 단단하다.” 이 메시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위로이자 격려입니다. 삶이 아무리 거칠게 몰아쳐도, 무등산의 바위처럼 묵직하게 버텨내는 힘. 그게 바로 광주의 정신이며, 서석대가 전해주는 진짜 아름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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