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겨울까지, 계절 따라 달라지는 등산 패션의 지혜
등산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행위가 아니라, 자연과의 대화이자 자기 몸과의 협업입니다. 하지만 이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첫걸음은 바로 적절한 복장 선택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날씨가 조금만 변해도 산의 환경은 도시와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바뀌기 때문이지요. 여름의 한낮에는 땀이 쏟아지다가도, 가을의 해 질 녘에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렇다면 계절별로, 그리고 날씨에 따라 등산복을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마치 요리사가 재료의 온도와 질감을 맞추듯, 등산객도 하늘의 기운에 따라 옷을 조율해야 합니다.
봄 산행 — 변화무쌍한 기온에 대비하는 ‘레이어링의 기술’
봄의 산은 따뜻해 보이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해가 중천에 있을 때는 반팔로도 괜찮지만, 아침이나 해질녘에는 손끝이 시릴 정도로 온도가 뚝 떨어지기 마련이지요. 이럴 때는 레이어링(layering), 즉 ‘겹쳐 입기’가 답입니다. 속에는 땀을 빠르게 흡수하는 기능성 이너웨어를, 그 위에는 통기성 좋은 얇은 티셔츠나 셔츠를, 마지막으로는 바람을 막는 얇은 자켓을 입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날씨 변화에 따라 옷을 벗거나 입기 쉬워 체온 조절이 자유로워집니다.
특히 봄철에는 바람이 생각보다 강합니다. 산의 능선을 넘을 때 휘몰아치는 돌풍은 얇은 옷차림을 후회하게 만들죠. 방풍 자켓 하나만 있어도 ‘찬바람의 칼날’을 피할 수 있습니다. 또 봄철에는 황사나 미세먼지가 잦기 때문에 마스크와 선글라스도 필수 아이템입니다. 계절의 변덕을 얕보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봄 산행 복장의 첫 번째 지혜입니다.
여름 산행 — 땀과 열로부터 몸을 지키는 ‘통풍과 흡습의 균형’
여름에는 태양이 머리 위에서 쏟아지고, 습도는 몸에 달라붙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원함’이 아니라 ‘쾌적함’입니다. 겉으로 시원해 보여도, 땀이 마르지 않고 속이 젖어 있다면 체온이 오히려 급격히 올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름 산행복은 흡습·속건(速乾) 기능이 있는 소재가 핵심입니다. 면 티셔츠는 땀을 머금고 마르지 않아 체온을 떨어뜨리고, 피부에 마찰을 일으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바지는 통기성이 좋은 경량 팬츠를 선택하시고, 반바지 대신 무릎 길이의 헐렁한 바지를 추천드립니다. 산에서는 벌레나 가시, 자외선이 예상치 못한 적이 되니까요.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햇빛 차단용 모자와 UV 차단 팔토시, 그리고 땀을 닦기 위한 수건도 꼭 챙기셔야 합니다. 여름의 산은 녹음이 짙어 아름답지만, 땀과 열로 인해 몸이 쉽게 지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시원한 물 한 병과 함께 가벼운 기능성 복장은 최고의 동반자입니다.
가을 산행 — 단풍의 계절, 보온과 통풍의 ‘균형 미학’
가을 산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복장은 그만큼 까다롭습니다. 오전에는 서늘하고, 오후에는 따뜻하며, 해가 지면 갑자기 찬 기운이 감돌기 때문입니다. 이런 계절에는 보온성과 통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옷차림이 이상적입니다. 속에는 얇은 기능성 이너를, 그 위에는 플리스(fleece)나 가벼운 니트를, 겉에는 바람막이 자켓을 걸쳐서 온도 차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도록 하세요.
특히 가을의 산은 ‘건조한 찬바람’이 특징이라, 피부와 호흡기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목도리나 버프(buff)로 목을 감싸면 체온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등산 중간중간 옷을 벗거나 입을 수 있도록 가방에 여유 공간을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등산의 미학’은 단지 정상의 풍경이 아니라, 변화하는 계절 속에서도 몸과 자연이 조화롭게 호흡하는 그 순간에 있습니다.
겨울 산행 — 혹한 속의 생존을 위한 ‘보온 레이어의 설계’
겨울 산은 장엄하지만, 동시에 혹독합니다. 방심은 곧 체온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곧 위험으로 연결됩니다. 그렇기에 겨울 산행의 복장은 보온층의 구조적 설계가 필요합니다. 속에는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마르게 하는 이너웨어, 중간층에는 다운이나 인조 보온재 자켓, 겉에는 방수·방풍 기능이 뛰어난 아우터를 입어야 합니다. 이렇게 ‘3단 구조’를 갖춰야 체온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특히 손과 발의 체온 유지가 중요합니다. 방수 등산화 안에 두꺼운 양말을 신되, 너무 꽉 끼면 혈액순환이 막히니 여유 있는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갑은 방수와 보온이 모두 가능한 제품으로, 필요시 얇은 이너 글러브를 추가로 착용하면 좋습니다. 또한 귀를 덮는 비니나 귀마개, 그리고 넥워머도 필수입니다. 눈이 쌓인 산길에서는 햇빛이 반사되어 눈부심이 강하기 때문에, 선글라스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날씨의 변수 — 비, 바람, 안개에 대비하는 ‘현명한 예비 준비’
계절을 넘어, 산의 날씨는 언제나 변덕스럽습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나 안개, 돌풍은 초보 등산객에게 혼란을 주지요. 그래서 등산 가방 속에는 비상용 방수 자켓과 비닐 커버, 여벌 양말을 항상 챙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방수 기능이 없는 가방이라면, 내부에 짐을 지퍼백이나 방수팩에 나눠 넣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또한 날씨가 흐릴 때는 시야가 좁아지므로, 밝은 색상의 옷을 착용하면 서로를 알아보기 쉽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예측할 수 없다면, 대비하는 것이 지혜’라는 말처럼, 등산 복장은 결국 자연에 대한 겸손한 태도이자 생존의 기술입니다.
맺음말 — 옷은 단지 ‘입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입니다
등산 복장은 패션이 아니라 철학입니다. 몸을 보호하는 동시에 자연의 흐름을 존중하는 태도이기도 하지요. 날씨에 맞는 복장은 그저 편안함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산이 주는 바람, 햇살, 비의 리듬에 맞추어 ‘나’를 조율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산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온도와 감정은 매번 달라집니다. 그렇기에 오늘의 하늘, 오늘의 바람에 어울리는 옷차림을 고르는 일은 단순한 준비가 아니라 ‘산과의 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