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설악산, 바위마다 담긴 전설과 이름의 비밀

설악산을 찾으신 적 있으신가요? 이 산은 단순히 절경으로만 사람들을 사로잡는 곳이 아닙니다. 설악산의 매력은 봉우리마다, 바위마다, 그리고 계곡마다 깃든 이름의 이야기에서 더욱 깊어집니다. 누군가는 그 바위 앞에서 기도를 드렸고, 또 누군가는 그 모양에서 인생의 교훈을 읽어냈지요. 마치 자연이 세월 속에 자신의 언어를 새겨놓은 듯, 설악산의 바위들은 모두 하나의 이야기책입니다. 오늘은 그 이름 속에 숨겨진 전설과 사연을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① 울산바위 – 여섯 개의 바위가 울다

설악산의 대표적인 상징이라면 단연 ‘울산바위’입니다.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에 자리한 이 거대한 바위는 해발 873m에 달하는 높이로, 여섯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울산’일까요?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옛날 울산 고을 사람들이 이 바위를 설악산으로 옮겨오려 했지만, 바위가 스스로 “나는 이미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울산에서 왔다가 울고 간 바위’라 하여 울산바위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마치 고향을 떠나온 이의 마음처럼, 울산바위는 설악산의 품 안에서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② 범봉 – 호랑이의 영혼이 깃든 봉우리

설악산에는 옛날부터 ‘범의 기운이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범봉(虎峰)’이지요. 이름 그대로 호랑이의 등을 닮은 봉우리로, 실제로 일제강점기 이전까지만 해도 이 일대에는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한 스님이 수행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눈 속에서 굶어죽은 새끼 호랑이를 발견했고, 그 영혼을 달래주며 절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후로 그 절 근처에서는 이상하게도 짐승이 다가오지 않았다고 하지요. 범봉은 단순한 봉우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던 옛 영혼의 기억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③ 권금성 – 충절이 새겨진 바위의 요새

설악산 중턱에 자리한 ‘권금성(權金城)’은 이름부터가 묵직합니다. 고려 말, 원나라의 침입에 맞서 싸웠던 장수 ‘권금’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전해집니다. 그는 이곳에 성을 쌓고 마지막까지 나라를 지켰다고 하지요. 또 다른 전설로는 이곳이 천 년 전 산신이 지키던 ‘금성(金城)’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실제로 권금성은 설악산의 천연 요새와 같은 위치에 있어, 군사적 요충지로 사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케이블카로 쉽게 오를 수 있지만, 바위에 새겨진 역사의 숨결은 여전히 굳건히 남아 있습니다.

④ 비선대 – 신선의 비밀이 깃든 대(臺)

설악산을 오르다 보면 ‘비선대(飛仙臺)’라는 곳을 만납니다. 이름부터 신비롭지요. 전설에 따르면 이곳은 옛날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자리라 합니다. 구름이 걷히는 날이면 마치 신선이 비단 옷자락을 휘날리며 내려오는 듯한 형상을 볼 수 있다고 하지요. 실제로 비선대는 석벽과 계곡이 어우러져 자연이 빚어낸 조형미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그 모습이 너무도 고요하고 신비로워, 옛 시인들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자리”라고 노래했습니다. 지금도 비선대 앞에 서면 세속의 시간은 멈추고, 신선의 세상으로 들어선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⑤ 대청봉 – 설악의 심장, 하늘의 문턱

설악산의 최고봉이자, 한반도 동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대청봉(大靑峰)은 그 이름처럼 푸르고 웅장합니다. 옛 사람들은 이곳을 ‘하늘의 문턱’이라 불렀습니다. 바람이 머물고 구름이 쉬어가는 자리이기 때문이지요. 전해오는 전설로는, 하늘의 신이 이곳에 내려와 인간 세상의 고통을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 눈물이 흘러 계곡을 이루었고, 지금의 천불동계곡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청봉의 이름 ‘청(靑)’은 하늘의 푸름을 뜻하면서도, 동시에 깨끗하고 고결한 정신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곳에 오르며 ‘마음의 정화’를 느낀다고 말하지요.

⑥ 용소폭포 – 용이 승천한 전설의 물줄기

권금성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용소폭포(龍沼瀑布)’가 있습니다. 맑은 물이 소용돌이치며 떨어지는 이 폭포는, 마치 용이 하늘로 오르기 직전의 모습 같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옛날 한 마을에 가뭄이 들어 모두가 고통받고 있을 때 한 마을 청년이 이곳에서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그의 진심에 감동한 용이 하늘로 올라가며 비를 내렸고, 그 후 폭포의 이름이 ‘용소’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폭포 아래의 깊은 소는 여전히 ‘용이 숨 쉬는 곳’이라 여겨져,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돌을 던지곤 합니다.

⑦ 공룡능선 – 시간의 이빨로 깎인 산등성이

설악산의 상징적인 능선 중 하나인 ‘공룡능선’은 이름만 들어도 상상력이 자극되지요.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공룡이 등을 잔뜩 구부린 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름에는 단순한 모양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수억 년 동안 바람과 비가 깎아 만든 능선은, 마치 지구의 역사 그 자체를 보여줍니다. “시간의 이빨이 만든 예술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등산객들은 이곳을 ‘설악산의 척추’라 부르며, 험난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지만, 동시에 자연 앞에서 겸손을 배우게 되는 길이지요.

⑧ 마무리 – 바위는 말이 없지만, 이야기를 품는다

설악산의 바위 이름 하나하나에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세월, 그리고 신화가 함께 얽혀 있습니다. 바위는 말이 없지만, 그 앞에 선 사람들은 저마다의 해석을 덧붙이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어쩌면 그것이 설악산의 진짜 매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 덮인 봉우리 아래에서, 바람에 닳은 바위 위에서, 우리는 문득 ‘자연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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