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진짜 준비는 정상 정복이 아니라 ‘응급처치’입니다
등산의 매력과 동시에 찾아오는 위험, 준비가 답입니다
산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숨어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 미끄러운 바위, 예기치 못한 부상은 순식간에 ‘즐거운 산행’을 ‘위험한 상황’으로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산행의 진정한 완성은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꼭 알아두셔야 할 것이 바로 ‘응급처치 요령’입니다. 응급처치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1. 기본 응급처치의 핵심은 ‘침착함’입니다
산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행동’이 아니라 ‘호흡’입니다. 놀라거나 당황하면 판단이 흐려지기 때문에, 먼저 심호흡을 하시고 주변 상황을 살펴보셔야 합니다. 부상자의 의식이 있는지, 출혈이 심한지, 주변이 안전한지를 확인한 후에야 응급조치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마치 불이 난 집에서 무작정 뛰어드는 것이 아닌, 불길의 방향을 먼저 확인하는 것과 같습니다. 침착함은 응급처치의 첫 번째 도구입니다.
2. 출혈 시에는 ‘압박과 고정’이 생명줄입니다
산행 중 가장 흔한 사고는 찰과상이나 베임입니다. 출혈이 있을 경우 깨끗한 천이나 거즈로 상처 부위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지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압박만으로 멈추지 않는다면, 천을 여러 겹 덧대어 묶고, 가능한 한 부상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유지하세요. 하지만 너무 꽉 묶으면 혈류를 차단해 손상될 수 있으니, 피가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만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지혈대’를 사용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이지만, 임시로 끈이나 옷을 이용해도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3. 염좌(삠)나 골절이 의심될 때는 ‘움직이지 않기’가 원칙입니다
산에서 발목을 삐거나 손목을 다치는 경우도 매우 흔합니다. 이런 부상은 ‘조금 괜찮겠지’ 하며 걷다가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상 부위가 붓거나 통증이 심하다면, 즉시 움직임을 멈추고 고정해야 합니다. 부목이 없다면 나뭇가지나 등산용 스틱을 사용하고, 천이나 옷으로 단단히 묶어 임시 고정하시면 됩니다. 이후 얼음팩이나 냉찜질을 이용해 부기를 줄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참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것이 용기일 때가 있습니다.
4. 탈진과 저체온증, 보이지 않는 위험을 대비하세요
산행 중 탈진은 서서히 찾아오지만, 한순간에 몸을 무너뜨립니다. 특히 더운 날씨에는 수분과 염분 손실로 어지러움, 구토, 근육 경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정기적인 수분 섭취와 염분 보충이 필수입니다. 반대로 추운 날씨에는 저체온증이 위험합니다. 옷이 젖은 상태로 바람을 맞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손이 떨리고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이때는 젖은 옷을 즉시 갈아입고, 담요나 방풍 재킷으로 몸을 덮은 후, 따뜻한 음료로 체온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산에서는 체온이 생명과 직결됩니다.
5. 벌, 뱀, 곤충 등 야생 생물에 의한 응급 상황
등산 중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는 사고도 자주 발생합니다. 벌에 쏘였다면 침이 남아 있을 경우 카드처럼 납작한 도구로 긁어내듯 제거하고, 얼음찜질로 통증과 부기를 줄이십시오. 단, 호흡곤란이나 전신 두드러기 같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하산하거나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뱀에 물렸다면 절대 ‘입으로 독을 빨아내는 행위’를 하지 마시고,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유지한 채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물린 부위를 깨끗이 씻은 후 신속히 병원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산에서는 ‘조그만 상처 하나가 큰 위협’이 될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하셔야 합니다.
6. 응급 키트는 생명줄, 무게보다 가치가 중요합니다
등산 장비 중 가장 과소평가되는 것이 바로 ‘응급 키트’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가방이 목숨을 지켜줄 수도 있습니다. 기본 구성품으로는 소독약, 거즈, 밴드, 삼각건, 진통제, 지혈대, 멸균 거즈, 멀티툴, 그리고 개인 복용약 등이 있습니다. 산에 오르기 전, 한 번씩 내용을 점검하시고 유통기한도 확인해 두시면 좋습니다. 무게 몇 백 그램이 아까워서 생명의 무게를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7. 구조 요청은 ‘정확하고 간결하게’
만약 직접 응급처치가 어렵거나 상황이 심각하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 정보의 정확성입니다. GPS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의 ‘국가 119 안전신고 앱’을 활용하거나, 산행 전 등산로 입구의 위치표지판(위치번호)을 사진으로 찍어 두시면 도움이 됩니다.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부상자를 따뜻하게 덮고, 물을 조금씩 나누며 안정시켜야 합니다. 때로는 ‘도움을 청하는 용기’가 가장 현명한 판단입니다.
8. 예기치 못한 사고를 대비한 마음가짐
응급처치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산에서는 누구나 순간의 실수로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준비는 생존의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출발 전 오늘의 기상, 코스 난이도, 휴대폰 배터리, 동행자 상태를 확인하는 작은 습관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 산은 늘 우리에게 말합니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그 아름다움을 허락한다”고요.
결론 — 응급처치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안전한 산행이란, 위험이 없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할 줄 아는 것’입니다. 응급처치를 알고 준비하는 것은 결코 불안해서가 아니라, 자연을 존중하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입니다. 다음 번 산행에서는 꼭 응급 키트를 챙기시고, 스스로의 안전을 위한 작은 연습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진정한 ‘등산의 완성’이자, 자연과 조화롭게 걷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